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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어른

막막한 어른의 삶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방법. 살다 보니 알게 된 생활 꿀팁, 자기계발 정보, 그리고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과 심리학적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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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9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직장인이 매일 겪는 내집단 편애의 심리학

회의실에서 팀장이 말했다. "우리 팀은 정말 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옆 팀 사람들의 표정은 싸늘했다. 누가 봐도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엇비슷했다. 그럼에도 팀장의 눈에는 자기 팀만 빛나 보였다. 고슴도치의 뾰족한 가시도 제 새끼 앞에서는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내 편'을 향해 언제나 판단의 기준을 살짝 기울인다. 이번 글은 그 기울어짐의 정체, 즉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를 다룬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속담을 표현하는이미지

1. 속담의 쓰임새와 핵심 질문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속담은 흔히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설명할 때 쓰인다. '함함하다'는 '보드랍고 매끄럽다'는 뜻의 옛말이다. 온몸이 가시로 덮인 고슴도치조차 제 새끼는 부드럽게 느낀다는 것,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속담은 단순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친목 모임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끊임없이 '내 편'을 만들고 그 편을 감싼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공정하게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내 편을 보고 있는가." 판단과 편애는 종이 한 장 차이다.

2. 내집단 편애란 무엇인가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는 사회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쉽게 말하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뇌가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발달시켜 온 자동화된 분류 시스템에 가깝다.

우리의 뇌는 매 순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그들'을 빠르게 구분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신뢰와 자원을 배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치 오래된 지도 앱이 자주 가는 길만 빠른 경로로 저장해 두는 것처럼, 뇌는 익숙한 집단을 향해 판단의 지름길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30~40대 직장인의 삶에서 이 지름길은 매일 작동한다. 우리 팀, 우리 부서, 우리 라인. 그 안에 들어오는 순간 가시는 사라진다.

3. 직장인이 매일 겪는 내집단 편애

상황 1

실수에 대한 다른 해석

팀장 A는 자기 팀원이 실수를 했을 때 "요즘 업무가 많아서 그랬겠지"라고 말한다. 반면 옆 팀 직원이 같은 실수를 했을 때는 "왜 저렇게 꼼꼼하지 못하지"라고 말한다.

상황 2

아이디어에 대한 선별적 수용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친한 동료의 말은 귀에 쏙 들어오고 낯선 팀원의 말은 어쩐지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상황 3

평가의 관대함

연말 인사평가에서 자기 팀원에게는 조금 더 너그러운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순간들을 떠올렸다면, 이것은 나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집단 편애는 직급과 무관하게, 선하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인지의 기본값이다.

4. 심리학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사회심리학자 헨리 타지펠(Henri Tajfel)은 1971년 '최소 집단 패러다임(Minimal Group Paradigm)' 실험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이 참가자들을 아무 의미 없는 기준, 예컨대 그림 취향이나 동전 던지기로 두 집단에 무작위 배정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즉시 자기 집단 구성원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The mere perception of belonging to two distinct groups — that is, social categorization per se — is sufficient to trigger intergroup discrimination."

- Henri Tajfel

(번역: "단순히 두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즉 사회적 범주화 그 자체만으로도 집단 간 차별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아무 이유가 없어도 내 편을 만들고 그 편을 편든다. 이 현상은 개인의 편협함이 아니라 사회적 범주화라는 인지 구조의 필연적 부산물이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외부를 향해 있다. 언제나, 자동으로.

5.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실습 1가지

💡

반대편 의자에 앉기 실습

오늘 퇴근 전, '반대편 의자에 앉기'를 실천하라.

오늘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한 상황을 하나 떠올린다. 그 사람이 내 팀원이 아니라 다른 팀 소속이었다면, 나는 똑같이 평가했을까? 반대로, 내가 평가한 외부인이 내 팀원이었다면, 나는 더 너그러웠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을 노트나 메모앱에 짧게 적어 본다. 10분이면 충분하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편향의 영향력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알아차림은 변화의 시작이다.


📝 핵심 요약

  • 내집단 편애는 '우리 편'을 향해 판단 기준을 자동으로 기울이는 뇌의 인지적 기본값이다.
  • 타지펠의 실험이 증명했듯, 집단 구분이 생기는 순간 차별적 평가는 거의 즉각적으로 시작된다.
  • 편향을 인식하고 '반대편 의자에 앉아보는' 연습이 직장 내 공정한 관계의 출발점이 된다.

마치며

고슴도치의 가시는 새끼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의 내집단 편애 역시, 원래는 나와 내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마음 자체는 탓할 수 없다. 다만,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불공정한 가시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과 함께, 전문가일수록 더 크게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를 다룰 예정이다.

오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 저 사람이 떠올랐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댓글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살짝 나눠 주세요. 당신만의 이야기가 다음 글을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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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 Tajfel, H., Billig, M. G., Bundy, R. P., & Flament, C. (1971). Social categorization and intergroup behaviour.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2), 149–178.
  • Tajfel, H., & Turner, J. C. (1979). An integrative theory of intergroup conflict. In W. G. Austin & S. Worchel (Eds.), The Social Psychology of Intergroup Relations (pp. 33–47). Brooks/Cole.
  • Greenwald, A. G., & Banaji, M. R. (1995). Implicit social cognition: Attitudes, self-esteem, and stereotypes. Psychological Review, 102(1),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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